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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와 네이버가 손잡고 올 8월 공개한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 ‘네이버 현대카드’는 총 6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하얀 바탕에 네이버의 기업 로고 ‘NAVER’의 테두리만 네이버의 아이덴티티 컬러 녹색으로 그려낸 ‘라인(Line)’, 플레이트를 컴퓨터의 메인보드 모양으로 디자인 하고 CPU 속 처리 회로의 핵심 부품인 코어를 그려 얹은 ‘코어(Core)’, 픽셀 위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적어 네이버의 ‘N’을 나타낸 ‘블록(Block)’ 등이다. 흰색, 녹색, 파란색, 검정색 등을 제한적으로 사용해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물을 직접 만져본 사람이라면 깜짝 놀라게 된다. 플레이트 표면에서 ‘입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라인’ 플레이트는 모서리 부분에 컬러를 넣고 마치 얇은 가죽을 입힌 듯 표면을 무광 처리했고, ‘블록’ 플레이트는 표면에 얕은 요철 처리를 해 실제 블록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코어’ 플레이트 역시 입체감 있는 표면 처리 후 모서리는 금속 가공을 해 실제 메인보드의 일부를 잘라낸 듯하게 표현했다. “카드 플레이트를 손에 쥐는 순간부터 테크 기업 네이버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현대카드의 철학과 고민이 투영된 결과물이었다.
네이버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최근까지 각 분야 1위 기업 14곳과 손을 잡고 PLCC를 탄생시켰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들인만큼, 이들의 이름을 내건 신용카드를 기획하는 현대카드의 어깨는 무거웠다. 현대카드는 “PLCC는 각 브랜드를 즐겨 사용하는 고객의 필수품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고객들마저 이 카드를 통해 해당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만큼이나, 각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PLCC 위에 잘 구현되도록 끌어올리고 재해석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파트너사의 브랜딩에는 현대카드의 브랜딩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며 “파트너사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은 물론 현대카드만의 색깔로 파트너사의 더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LCC 디자인 시안만 수백개∙∙∙파트너사의 페르소나를 재해석 하다
현대카드가 PLCC를 어떻게 브랜딩하는지를 이해하려면, 현대카드의 브랜딩 원칙을 먼저 알아야 한다. 현대카드는 모든 상품을 브랜딩하기에 앞서 ‘페르소나 메니지먼트(Persona Management)’ 작업을 거친다. 각 상품과 서비스가 소구하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인지, 이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더 그린(the Green)’이라고 해보자. 이들은 ‘2030’으로 ‘밀레니얼’일 것이다. ‘취향’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럭셔리’에 대한 나름의 애정도 갖고 있다.
이런 특성들을 다양한 언어의 단어와 이미지들로 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페르소나’가 그려지게 된다. 상품이 신용카드인만큼 현대카드가 카드 본연의 혜택과 함께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다름아닌 플레이트 디자인이다. 현대카드는 이렇게 그려진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볼드(bold∙대담한)’ ‘인사이트풀(insightful∙통찰력 있는)’ ‘위티(witty∙재치 있는)’라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3원칙에 의거해 다양한 플레이트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선택된 플레이트들이 각 페르소나에 맞는 이미지와 광고 등을 통해 고객에 공개된다.
사실 PLCC의 브랜딩 과정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파트너사가 생각하는 각자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와 고민을 경청하는데 대단히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당 브랜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한다. PLCC 파트너사들 모두 업계 1위의 기업인 것은 물론 대부분 글로벌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기업이기에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에 더 깊이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평범한 브랜딩은 현대카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아니다. 때문에 현대카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방향성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1) 각 파트너사가 정의하는 각자의 정체성을 그대로 녹여낸 아이디어 2) 이들이 설명한 정체성을 현대카드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아이디어 그리고 3) 각 파트너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대카드가 발견한 파트너사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고객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한 아이디어 등이다.
이렇게 각 방향성에 따라 최소 100여개가 넘는 플레이트 디자인들이 나오기 때문에 디자인 시안만 수백 개가 제작된다. 그러면 정태영 부회장을 비롯한 브랜딩 및 현업 관련부서 담당자들이 모여 파트너사에 제안할 최종안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선택된 안들이라고 해서 파트너사들이 바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카드가 파트너사들이 사전에 전달한 나름의 디자인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모두 담았다 할지라도 막상 디자인을 보면 여러가지 고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대카드는 파트너사들이 전달한 의견을 바탕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도 원칙은 있다. 파트너사의 의견을 무턱대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파트너사의 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현대카드가 그려놓은 방향성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디테일 한 수정은 받아들이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지켜낸다.
현대카드는 “파트너사들은 현대카드만의 압도적인 브랜딩 역량을 인정하기에 현대카드의 아이디어에 많은 부분 지지를 아끼지 않는 편”이라며 “’이래도 되나’ 싶다며 걱정하던 파트너사들도 막상 플레이트가 출시돼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 ‘현대카드가 하자는 대로 하길 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스타벅스의 경우 스타벅스의 심볼인 ‘사이렌(siren)’에 대한 변형에 난색을 드려냈었다. 현대카드는 기존의 사이렌과는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해 플레이트에 얹고자 했지만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불가’ 의견을 받았었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스타벅스 측의 의견을 ‘일리 있다’고 생각해 수용했다. 대신 오랜 고민 끝에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사이렌이 가지는 신화적 이미지, 스타벅스 현대카드의 핵심인 ‘별(star)’의 반짝이는 이미지 등을 반영해 투명 플레이트에 홀로그램을 입히기도 하고, 반짝이는 소재를 덧입혀 금빛 사이렌을 표현했다. 스타벅스의 컵 슬리브를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녹이기 위해 플레이트 표현을 종이 질감으로 코팅하는 전례 없는 시도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심지어 카드 디자인을 활용한 텀블러 등 굿즈(goods)를 출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현대카드 (왼쪽부터) Sparkle, Caution!, Mystical
PLCC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파트너사들∙∙∙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플레이트는?
현대카드는 지난해 출시한 대한항공카드부터 PLCC에 ‘다(多) 디자인’을 도입했다. 같은 상품이라도 여러가지 디자인의 플레이트를 제안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장 많은 종류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카드는 ‘무신사 현대카드’로 총 아홉종의 플레이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배민현대카드 역시 8종의 플레이트 디자인을 제공했다. 배민현대카드의 경우 배달의민족으로부터 가장 주문량이 많은 음식의 리스트를 전달받아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플레이트를 디자인했는데, 결국 플레이트 위에 떡볶이, 계란프라이, 김, 고등어 등의 음식 이미지가 올라가게 됐다.
(왼쪽) 무신사 현대카드 (오른쪽) 쏘카카드
‘사용자 경험’을 활용해 플레이트를 디자인 하기도 한다. 쏘카카드는 쏘카가 공유자동차 플랫폼이라는 점에 착안해 고객들이 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네비게이션 지도, 자동차번호판, 교통표지판 등을 활용해 플레이트에 그려냈다. 온오프라인에서 젊은층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부터 이를 착용하기까지 고객이 마주할 수 있는 장면들을 플레이트에 옮겼다.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대, 운동화 상자, 옷에 부착된 케어라벨, 단추 등을 플레이트에 담은 이유다.
현대카드 PLCC 인기 플레이트 디자인
그렇다면 실제로 현대카드가 내놓은 PLCC 가운데 어떤 디자인들이 고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을까? 배민현대카드의 경우 후라이가, 스타벅스의 경우 홀로그램 처리된 투명 플레이트 ‘미스티컬(mystical)’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기체를 모티프로 한 ‘더 크래프트(the Craft)’가 가장 많이 발급됐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고, 폐항공기 기체를 활용한 네임택(name tag)을 제작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네이버 현대카드는 네이버의 기업로고 ‘NAVER’의 테두리를 형광톤의 초록색으로 따서 쓴 초록 코어 카드 라인(Line)이 가장 많이 발급되고 있다.
(왼쪽) 대한항공 현대카드 (오른쪽) 배민현대카드
흥미로운 점은 파트너사가 가장 자신의 기업정체성을 잘 담았다고 생각한 플레이트 디자인들이 항상 다수의 고객에게 선택 받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파트너사들이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디자인을 고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 땐 당황도 한다. PLCC를 통해 기업 이미지 변신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대한항공이 PLCC를 공개하자 글로벌 경제 매거진 포브스(Forbes)는 대한항공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의 앞면과 뒷면을 분석하며 ‘대한항공이 PLCC 디자인을 통해 고루한 항공업계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파트너사들은 현대카드와 PLCC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고객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흥미로워 한다”며 “현대카드와의 PLCC를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발견하게 됐다며 고마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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